대니엘은 우리 학교에서 손에 꼽히는 개구장이입니다.
자신의 생각이 뚜렷하고 주장이 강하며 친구들과 툭하면 다투기 일쑤, 게다가 목소리도 크고 힘도 세며 수업때는 단 3초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전형적인 선생님들의 두통을 일으키는 유형이지요.
전 대니엘이 유치원반에 있을 때부터 함께 미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어느덧 4학년이 되어 저와 여전히 함께 미술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전 대니엘이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것을 발견해 왔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설명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거나 스스럼 없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함으로 좋은 작품을 완성해 내기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술 시간에 조금씩 더 오래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그림에 애착을 보이는 모습, 더 나아가 제 조언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고쳐나가는 모습까지 보이던 대니엘은 요즈음 그 누구보다 즐겁게 미술활동에 참여하며 또한 개성있고 완성도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고민하고 노력하며 조금씩 더 나은 작업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전 대니엘을 보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아직 여러면에서 완전하지 않은 아이들은 좌충우돌하며 어린 시절을 지나가지만, 분명히 그 속에는 그 아이들만이 가진 보석과 같은 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한때 대니엘로 인해 수업에 엄청난 방해를 받으며 혼도 내보고 벌도 줘보고 달래도 봤지만 사실 별 효과가 없었죠.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니엘이 스스로 커가면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그 길을 찾아가는 여정 가운데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제가 함께 그 길을 걸어줄 수 있는 삶의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얼마나 큰 특권인지요...
전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못 그리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고 나타낼수 있는 그림을 그리자고요... 그림은 아이들이 자신조차 잘 알지 못하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만나는 과정이 됩니다. 저학년 때에는 어렵고 어색하기도 한 이야기이지만 2년, 3년, 4년, 5년,,, 계속되어지는 그 과정 가운데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리고 외부의 시선으로 보는 자신이 아닌 자기 내면으로부터 만나는 자신을 보며, 자기 안의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을 믿어주는 아이들이 되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수업을 준비합니다...
'미술수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로가 있어주어 완성할 수 있었던 작업 (4) | 2013.03.10 |
---|---|
밀어주고 끌어주는 손길들 (2) | 2013.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