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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수업 이야기

서로가 있어주어 완성할 수 있었던 작업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지금 미국에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시각장애인 미술작가  John Bramblitt 의 작품과 작업의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 작업은 교육 과정의 일부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배우고 있던 3학년의 담임 선생님의 제안에 의해 아이들이 직접 불편함을 경험해보고, 그러나 그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는 취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두주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잭트는 아이들이 둘씩 짝이 되어 진행되었습니다. 첫번째 주에는 스테인드글라스용 라이너로 아웃라인을 그리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이 라이너는 마른 후에 도톰한 질감이 남기 때문에 나중에 손가락으로 그 라인을 느끼면서 색을 칠할 수 있죠.

아이들이 차례로 한명씩 눈을 가리고 튜브를 짜는 과정에서 짝이 된 친구와 함께 대화하며 보이진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이야기하면 옆의 보고 있는 친구가 계속 이야기를 해 줌으로 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형식이었습니다. 다 완성이 되면 가린 눈을 푸르기 전에 그림을 걷어 본인의 그림을 볼 수 없도록 하고 다음주까지 기다리도록 하였죠.

두번째 주에도 역시 눈을 가린 후 그림을 나누어 주어 자신이 그린 아웃라인을 손가락으로 만져가며 물감을 칠하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원하는 색을 붓에 칠할 수 있도록 짝이 된 친구가 이야기를 해주며 도움을 주었고, 칠하는 과정에서도 어떻게 진행이 되어가고 있는지 계속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는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자신이 그림에 손을 댈 수 없는 것이 우리의 규칙이었는데요, 아이들은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훌륭한 작업의 과정을 이루어내었습니다.

눈을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친구가 자신의 설명과 다르게 그리거나 실수를 하여 그림이 망쳐지는 것 같아도 아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계속 격려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또한 눈을 가리고 있는 친구들은 옆에서 자신의 눈이 되어주는 그 친구를 믿고 의지하며 계속해서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이야기 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구요... 

그림이 모두 완성된 후 자신의 그림을 보며 기뻐하고 서로의 그림을 보며 감탄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은 저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우리 아이들의 마음만큼만 존중과 믿음이 있어준다면, 길고 고된 시기를 지나가는 그 누구더라도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을 거라구요. 때때로 아이들은 어른들의 좋은 모델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게는 아이들과의 수업이 더욱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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