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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미국

미국의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 추수감사절을 위해 꾸며진 교회의 강대상 


1620년, 신앙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땅에 도착한 영국인들이 여러 어려움 가운데에서 그 이듬해 농작물을 거두어 들인 것에 대한 감사함을 예배한 것이 일반적인 미국 추수감사절의 유래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을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로 정하고 그 전날인 수요일부터 주말까지 공식적인 공휴일로 정해 지키고 있다. 이 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터키-칠면조-요리를 해먹으며 지내는 것이 전통적이고 지금도 많이 지켜지고 있다. 미국에 있다보니 이 추수감사절이 크리스마스와 함께 미국에서는 가장 큰 명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날의 기원이야 어찌되었든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국가명절이자 가족행사로 모든 미국인들의 날이기 때문이다.


가을색을 풍기는 추수감사절 데코레이션


우리 가족과 같이 미국에 가족친지분들이 안계시고 또 추수감사절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추수감사절 행사나 식사에 초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우리 가족은 이번 추수감사절에 크고 작은 여러 추수감사절 모임을 경험 할 수 있었다. 이 사진은 한 추수감사절 초청모임에서 식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바닥에 전시되었던 장식이다. 저녁식사여서 날이 어둑어둑해지니 장식된 라이트가 분위기 있게 빛을 발한다.


▲ 터키-칠면조-를 먹기위한 테이블 세팅


식사를 하러 들어가는 길에 인원수대로 정성스럽게 세팅되어진 테이블을 보며 심플하지만 단정하고 고급스럽다고 느꼈는데 막상 자리에 앉아서 보이 이 테이블 세팅에서 저 음료수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일회용 플라스틱이었다. 접시, 물컵, 냅킨, 포크와 나이프, 와인잔 그리고 테이블 커버까지 모두 일회용이었다. 역시 다시한번 미국은 일회용의 천국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저 음료수는 Martenell's Gold Medal Sparkling Cider이다. 1868년부터 신선한 사과로 만들어진다고 자랑하는 이 음료는 설탕이 전혀 가미되지 않았으나 약간의 스위트한 맛을 느끼게 하면서 적당한 탄산이 들어가 있어 사이더 종류로는 미국인들에게 무척 사랑을 받는 제품이다. 웨딩토스트나 각종 기념식에서 와인잔에 넣어 즐기고 또한 일반 생일파티나 행사등에서도 많이 쓰인다. 그도 그럴것이 한병이 3불 정도이니 많이 비싸지 않고 알콜이 들어있지 않아 아이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무난하게 마실 수 있으면서도 일반 탄산음료보다 건강에 좋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터키음식과도 무척 잘 어울리는 음료가 되었다.


▲ 추수감사절 식탁 테이블 데코레이션 1


▲ 추수감사절 식탁 테이블 데코레이션 2 


▲ 추수감사절 데코레이션 3


▲ 추수감사절 데코레이션 4


▲ 추수감사절 데코레이션 5


모임장소 구석구석에 정성스레 놓여진 장식들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여러 다양한 장식들 중에서도 기본적으로 호박, 단풍잎 그리고 크랜베리가 지속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추수감사절용 주장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호박과 크랜베리는 터키와 함께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도 추수감사절 식탁에 빠지지 않으니 중요할 수 밖에 없겠다. 


▲ 추수감사절 식사용 터키-칠면조 요리


드디어 기다리던 잘 구워진 터키가 식탁으로 등장하였다. 왠지 사진으로는 그다지 커보이지 않으나 내 앞의 대형접시보다 훨씬 컸으며 세시간 이상 오븐에서 구워져 물과 기름이 모두 빠진 크기로 저 정도면 원래 크기는 내가 들기도 힘든 크기와 무게를 가진 터키였다. 이정도 크기면 이곳 한인마트에서 구워진 것은 한 마리에 65-70불정도로 살 수 있다. 생터키는 미국 상점에서 40불 정도에 살 수 있다. (내가 본 마트는 트레이더죠스이다.) 이렇게 한 식탁에 한 마리씩 통으로 잘 구워진 터키가 서빙되면서 더불어 큰 포크와 나이프, 흰장갑과 비닐장갑, 그리고 터키를 자르는 순서가 적혀있는 종이가 함께 나누어졌다. 각 식탁에서 한 명씩 터키를 써는 사람을 정해 스스로 나누어 먹는 방식이었는데, 미국사람들이 가족이 모여서 식탁의 교제를 나눌때 진행되어지는 식사의 전통적인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던 재미있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 추수감사절 장식과 함께 놓여있는 터키요리


또다른 만찬으로 참석한 부페식 추수감사절 요리들이다. 각 요리 하나하나에 곁들여져 있는 추수감사절 장식들이 돋보이는 세팅이었다. 녹색과 빨간색이 함께 하여서 자칫 크리스마스같은 분위기가 나진 않을까 싶지만, 풍성히 놓여져 있는 과일과 색야채들이 풍성한 추수의 느낌을 전해준다. 이곳에서 능숙한 솜씨로 터키살을 척척 발라내시는 분들의 도움으로 많은 인원이 빠른 시간에 방금 잘라진 촉촉하고 따뜻한 터키를 먹을 수 있었다.


▲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터키와 더불어 빠질 수 없는 햄


햄, 햄, 햄 ! ! !


터키와 거의 비슷한 시간인 두시간 이상 구워진 이 거대한 햄들은 추수감사절 음식에서 터키와 함께 빠질 수 없는 고기요리이다. 돼지고기로 터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햄은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사실 터키는 왠지 꼭 먹어야할 것 같아서 소스와 곁들여 먹으나, 실은 진짜 햄을 더 좋아한다. 담백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이날 이 엄청난 파운드의 햄들이 요리사 뒷켠으로 셀수 없이 많이 즐비하게 줄지어 있었다. 


▲  야채 샐러드


보통 터키와 함께 적어도 한가지 종류의 야채샐러드가 곁들여진다. 전통적 미국식이라면 크랜베리나 너트 등이 들어간 샐러드가 더 일반적이겠지만 이 만찬은 한국인들을 위한 자리였으므로 좀 더 한국적인 느낌의 야채샐러드가 나왔다. 역시 신선한 야채는 늘 고기요리와 잘 어울린다.  


▲  크랜베리 소스


이것이 바로 터키요리와 환상궁합이라는 크랜베리 소스이다. 이 소스는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터키와 함께하는 전통적 소스로 크랜베리를 쥬스나 시럽등과 함께 잼처럼 끓여서 만드는 소스로 그래비와 같이 터키의 옆자리를 당당히 지키는 음식이다. 구운 터키와 맛도 잘 어울리지만 느끼함을 덜어주고 소화도 잘 시켜준다는 주위 사람들의 피드백이다.


▲  그래비 소스


그래비야말로 크랜베리와 쌍벽을 이루며 터키의 양 옆을 지키는 소스이다. 터키를 구울 때 나온 기름이나 육즙을 기본으로 하여 만들어지는 이 그래비는 우리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소스이다. 왠지 터키기름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그 감동이 줄어들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이야기 한 적은 없지만, 알았다고 해도 아마 왠지 살짝 낮선 맛의 크랜베리 소스보다는 즐겨 먹을 것이다. 늘 먹던 고기 위에 올라가는 돈까스 소스같은 일반 부드럽고 고기 맛을 좀 더 리치하게 만들어주는 소스를 선호하는 아이들이나 고기 애호가들에게는 딱맞는 소스로 어쨌거나 추수감사절 식단에 필수요리이다.


▲  매쉬포테이토


으깬 감자요리인 메쉬포테이토도 역시 추수감사절식단의 필수품이다. 외국인들은 워낙 감자를 이용한 음식을 우리 한국인의 밥처럼 먹는데다가 이 으깬 감자요리는 사실 다른 요리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 친근감 느껴지는 디쉬이다. 하지만 이 단순해보이는 으깬감자도 먹어보면 맛이 조금씩 다르다. 만드는 방법이 무척 다양하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소금의 양도 다르고, 버터나 우유를 넣기도 하고 터키에 곁들일때는 그래비와 밀가루를 함께 섞기도 하는 등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만들고 넣는 양도 달라서인지 담백한 맛을 가지기도 하고 또는 좀 부드러우면서 느끼하기도 하다. 이 대량의 허연 포테이토도 이렇게 예쁜 장식을 꼽아주니 고급요리로 변신하는구나 싶다. 


▲  호박파이


전통적인 추수감사절의 디저트인 펌킨 파이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펌킨파이가 맛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먹어본 것, 위의 사진의 파이는 정말 맛있었다. 완전 100% 펌킨파이는 아니고 안에 호도가 들어가있고 표면도 피칸파이 맛과 느낌을 주면서도 중간은 너무 매운 맛이 강하지 않은 부드러운 호박으로 채워져 있는 정말 맛있는 펌킨파이였다. 보통 추수감사절 터키를 먹고나면 펌킨파이와 함께 애플파이, 피칸파이도 디저트로 많이 나오는데, 늘 펌킨과 피칸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를 한번에 만족시킨 파이가 아니었나 싶다.


▲  테이블 구석구석 데코레이션


추수감사절은 미국 최대의 명절답게 공휴일이 길고 가족들을 찾아가느라, 또는 시즌인 쇼핑을 하느라 차량이동이 많아 차가 막히고 또 음식하느라 바쁜가하면 초대도 많이하고 대접도 많이 받는 시기이며, 내가 경험한 음식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고 그 외에 가족마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각기 자신들이 좋아하고 자신들에게 맞는 음식들을 함께 곁들여서 풍성히 먹고 즐기며 뱃살을 늘리는 기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같은 외국인들에게는 미국의 문화를 다시한번 가까이에서 보고 경험하는 시기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 미국에 방문했을 때는 아이들이 어려서 그랬는지 정신없이 추수감사절이 지나갔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감사하게도 여러가지 감사의 제목들을 떠올리며 또 풍성히 먹고 경험하며 배우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