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세팅

이 무대는 지난 학기에 공연한 You Can't Take It With You 라는 연극의 무대였습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준비하였고, 주말에 이틀동안 학교에서 공연되어

누구라도 티켓을 사고 와서 관람할 수 있는 오픈 플레이였답니다.

이 무대가 꾸며진 장소는 학교 강당인데요,

이 연극을 위해 특별히 나무로 세팅을 하고 페인트를 칠하고 

그 위에 스텐실 기법으로 무늬들을 하나 하나 그려넣어 벽지처럼 만들고

중간 중간의 기둥들에 같은 색의 종이를 둘러주어 한 공간처럼 보이도록 하고

커텐을 달고 액자를 걸고 카펫을 깔고

마지막으로 연극내용과 어울리는 갖가지 소품들을 채워 넣으며......

함께 이야기하며 작업해나가는 기쁨도 있었지만

거의 일주일 가깝게 수업시간 이외에는 줄곧 사다리끝에 매달려 색칠을 하고 리본끈과 띠벽지를 하나하나 글루건으로 붙여나가며

달랑 이틀의 공연을 위해 이렇게 수고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죠.

하지만 무려 세시간 가까이 되는 공연 내내 열정적으로 무대를 채우는 학생들을 보며,

이 무대가 비록 이틀간의 짧은 공연이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평생의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족하지만 그 평생의 추억 가운데 보이지 않는 보조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노동처럼 느껴지는 어떤 일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오히려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일이 되는 것을 다시 한번 경험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가 발견될 수 있다면,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