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의 큰 축제인 할로윈주말인데다가 아이들 학교가 교사연수로 인해 쉬는 금요일이어서 그야말로 롱위켄드가 시작되는 뭔지모르게 휴가모드로 들어가는 날이었어요. 아침을 대충 때우기는 했으나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깨울때까지 자는 아들의 아침겸 점심으로 살짝 일찍 큰맘먹고 외식강행! 얼마전 남편이 알아온 태국 식당에 다녀왔어요. 맛있게 먹고왔으니 한번 올려볼께요.
음식점 이름은 Saladang이라는 태국말로 집의 지붕을 뜻하는 말이라네요. 제가 살던 카작에도 지붕꼭대기를 일컫는 말인 "샹어락"이라는 말이 있는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거든요. 지붕의 꼭대기에 이렇게 공통적으로 의미를 두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개점시간은 11시, 폐점은 9시 30분, 주말에는 10시까지 영업이네요. 우리는 한 11시 반정도 도착했는데 오늘의 첫번째 손님이었지요. 잘 세팅된 테이블들을 지나 원하는 자리에 착석!
우리 가족이 자리잡은 자리 옆으로는 높고 뻥뚫린 천장과 벽 사이의 어색함을 센스있게 커버해주는 태국우산들이 색색으로 즐비하게 놓여있었어요. 시멘트벽과 온갖뼈대가 훤히 드러나는 천장, 모던한 분위기의 공간에 군데군데 놓여있는 태국 장식품들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었어요.
그 장식품들 중에는 화초들을 빼놓을수 없었는데요, 한국에서는 고급화인 난이 부케를 이루며 중간에 풍성히 놓여있고 각 테이블에도 난들이 놓여있었어요. 미국은 한국보다 난이 비싸지 않은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인지는 알수없으나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하며 사진기를 들이대는데, 역시나 우리 아이들은 그곳이 어디든 책만 있으면 된다는 저 얼굴,,, 흠,,, 괜히 데리고나온거 아니야??
메뉴판에 표지에 주소와 영업시간이 나와있네요. 내부 인테리어만큼 메뉴판도 무척 심플하네요. 제가 지금 잠시 일년간 미국에서 머물고 있는 파사데나. 저희 집에서 십분정도걸리는 가까운 타이 레스토랑이죠.
젓가락을 예쁘게 주시니 기분이 좋았어요. 역시 우리나라 사람은 젓가락이 있어야죠. 포크로는 뭔가 이프로 부족한듯한 느낌이예요. 맛있게 먹을수 있을것 같은 느낌!
11시부터 4시까지 시킬수 있는 런치메뉴가 있어요. 9불부터 12불 사이로 저렴하게 먹을수 있는 좋은 옵션이예요. 런치 콤보를 주문하니 전채요리로 나온 샐러드였어요. 보기에는 심플하지만 피넛소스 드레싱이 이 샐러드의 비밀이었어요. 좀처럼 샐러드에 관심없는 우리 아이들도 두말없이 맛있게 싹싹!
완톤숩은 런치메뉴가 아니지만 5불이예요.
완톤 알갱이가 5개정도, 큼지막한 고기들도 두세조각, 그리고 야채와 국물. 6살인 우리 준이에게는 한끼식사로 부족하지 않은 양이었어요. 쫄깃한 반죽을 시험하며 먹고있는 막내 준이.
커리런치콤보 메뉴예요. 고기는 닭고기, 돼지고기, 야채나 두부, 소고기, 조갯살(Scallop)이나 새우 중에서 고를 수 있어요. 커리도 그린커리, 옐로우커리, 레드커리 그리고 패낭커리 중에 고를 수 있어요. 우리는 닭고기랑 옐로우커리. 보기에는 심플 그 자체이지만, 진짜 맛있었어요. 이것이 바로 태국의 맛인가!
누들런치콤보메뉴에요. 돼지고기와 두부로 선택했어요. 쌀국수, 튀긴 두부, 땅콩, 생숙주, 볶은 계란과 잘게 찢은 파. 볶음소스에는 은근한 태국향이 들어가있지만, 강하지 않아서 먹기에 부담은 없었어요. 저 소스는 스프링롤을 위한 소스이니큼 달달한 맛이었어요. 전 역시 한국인의 습성을 따라 그 위헤 고추를 얹어서 화끈하게 먹긴 했지만요.
이건 바로 제가 시킨 스칼럽 누들런치콤보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스칼럽이 큼지막한 크기로 여러개 들어있었어요. 물컹거리지도 않고 질기지도 않은 적당한 쫄깃함과 촉촉함이 있었어요. 이정도면 합격점!
네가지 소스. 모두 맵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맛은 완전히 달라서 취향이나 먹는 음식에 어울리는 소스를 찾아 즐길 수 있었어요. 깔끔한 맛, 깔끔한 세팅이 마음에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누들에는 밑에 빨란 소스, 완톤숩에는 위 오른쪽의 깔끔한 그린고추가, 그리고 스프링롤에는 위 왼쪽의 월남쌈소스와 비슷한 맛의 소스가 잘 어울렸어요. 저 고추씨 소스는 시도를 못해봤네요.
심플하면서도 태국처럼 느껴지는 식탁보에 젓가락 모델로 찍어보았어요.
식사를 마치고 일어날때쯤되니 어느덧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 앞뒤로 삼삼오오 모여든 손님들로 식당이 붐비기 시작했어요. 오는 손님들도 인종이나 연령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이었어요. 누구나 큰 부담없이 즐길수 있는 맛과 가격, 그리고 인테리어의 태국식당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길, 문득 제가 일하던 미술실 벽을 생각나게하는 스케치들로 가득찬 벽이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어요. 그림들이 그냥 그림들이 아닌 태국을 이야기해주는 그림들로, 엉성히 붙은듯하나 나름 의미와 분위기를 동시에 제공하는 공간이었어요.
오늘길, 이렇게 가끔은 맛집들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짧게 머무는 미국생활, 짧은만큼 마쳐야하는 일들도 인텐시브하지만, 돌아보면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리고 아름다웠다고 기억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드는 것이 그렇게 크고 어려운 일만은 아닐것 같아요. 오늘도 미국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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