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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학년

감자 판화 Potato Printmaking

    


   


   


감자를 이용한 판화작업을 소개합니다. 이 수업은 우리 학생들에게 일반적인 미술재료가 아닌 일상에서 얻어지는 재료로도 색깔있는 미술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성격에 따라 자연스러운 선을 살려 작업을 하기도 하고 또는 감자를 직선이 들어간 네모모양으로 잘라 작업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시장에서 크고 넓적한 것들로 하나 하나 골라 산 통감자들을 수업에 들고 들어가 준비한 도마와 식칼을 꺼내들고 반으로 잘라주는 것을 받아드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평소에 보기 힘든 번득이는 생기가 돌았습니다 :)


준비물: 넓적한 통감자, 조각도, 아크릴판, 롤러, 판화물감 (판화잉크로 사용하면 가장 좋았겠지만, 저는 일반 과슈 물감을 사용했어요. 제가 가르치는 이곳은 물감 종류 중 과슈가 가장  저렴한 물감이기 때문이지요), 16절 도화지 


순서:

1. 적당한 크기의 통감자를 깨끗하게 씻어서 준비합니다.

2. 수업이 시작되면 도마와 통감자를 한번에 자를 수 있는 크기의 칼을 준비해 반을 깨끗하게 자릅니다. 동그란 모양을 네모로 잘라 하나씩 학생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네모 모양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양을 이용하기 원하는 아이들에게는 반만 자른 후 그냥 나누어 줍니다.

3. 학생들에게 밑판에 들어갈 색을 한가지 고르게 한 후 아크릴 판에 물감을 롤러로 굴려 네모난 감자에 입혀 16절 크기의 흰도화지에 찍습니다. 크기가 다양하니 도화지를 충분히 채울 수 있도록 배분하여 반복찍기를 합니다.

4. 밑판을 찍은 물감이 마르는 동안 사용한 감자에 뭍어있는 물감을 물에 닦아 페이퍼타올로 물기가 없도록 합니다.

5. 어떤 디자인의 판화를 찍고싶은지 아이디어 스케치를 합니다. 아이디어가 정해지면 자신의 디자인을 따라 닦아놓은 감자에 조각도로 파 나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판화는 파낸 것과 찍은 것의 좌우가 바뀐다는 것이지요. 이 원리를 쉽게 이해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또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지요. 괜찮습니다. 찍고나면 모두가 이해하게 되지요! 이게 바로 배움의 과정이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발견한 또한가지 아이들의 헷갈림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이미지는 반드시 파지 않고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미지가 아닌 그 배경을 파 내어야 이미지를 찍어낼 수 있다는 것, 선도 마찬가지인데요, 이 원리를 이해하더라도 파다보면 은근히 헷갈리는 아이들이 많아요. 미리 아이디어 스케치에 어디를 팔 것인지 색을 칠해놓고 시작하는 것도 중간에 실수하지 않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6. 자신의 배경과 딱 맞는 크기의 디자인을 찍은 작업도 있고, 배경을 잘라내어 크기가 작아진 작업도 가능합니다. 여러번 감자를 씻게되면 감자가 물러서 마모현상이 일어나 디자인이 변형될 우려가 있어요. 안그래도 찍을 때마다 여러번 롤링을 해야하므로 가능하면 한가지 색으로,  조심스럽게 작업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평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사고의 틀에 갖혀있는 우리의 생각들.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 학생들에게 이 단순하고 자연적인 감자 판화수업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새롭고 재미있는 작업이 되었습니다. 부엌과 식탁의 틀에 갇혀있다가 미술실로 용케 탈출해 나온 감자들은 우리 학생들에게 일상을 벗어난 미술을 할 수 있는 기쁨이 되어주었습니다. 

후에 한 학부모님이 이런 뒷이야기를 전해주셨어요. "감자로 수업하던 날, 우리 아이가 집에 오더니 흥분한 얼굴로 인생 최고의 미술수업을 했다며, 선생님이 최고의 미술교사라 하던데요!" 하하!! 아직 미술의 미자를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초등학교 아이의 한마디이지만, 여기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아이가 그 수업을 정말 즐거워했다는 것이지요. 사실 수업시간에 그 아이는 웃지 않았습니다. 흥분한 모습은 더더욱 아니었지요. 저는 그 아이가 그 수업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어요. 

우리는 가끔 우리가 보는 것이라는 틀에 그 결과를 한정시키고 평가를 내리곤 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교사인 나도 미처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봅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정말 즐거운 인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그 결과가 잘 보이지 않거나 또는 미미하다 하여도 그것의 실제적인 영향력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으며 그것이 작은 겨자씨가 되어 아이들의 인생길에 쉼의 그늘을 주는 잎이 울창한 나무로 자라날 것을 상상해보고 소망해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